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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록 vol.4

금요일의 책장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다. 휘갈겨 쓰는 일기가 아닌,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 보고서가 아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 봄 쯤. 인생에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읽다 보니 쓰고 싶은 마음도 생겼던 것 같다. 혼자서는 시작이 어려워 찾아가게 된 글쓰기 모임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글을 모르는 사람들 여섯 명에게 보여주었다. 그 모임은 각자 써온 글을 차례로 읽고 감상평을 나누는 형식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아닌 누군가가 내가 쓴 문장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말해준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처음 느끼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떨리고도 불안한 마음은 학교 축제에서 연극 공연 무대에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순간과 비슷..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다. 휘갈겨 쓰는 일기가 아닌,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아닌, 보고서가 아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 봄 쯤. 인생에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읽다 보니 쓰고 싶은 마음도 생겼던 것 같다.
혼자서는 시작이 어려워 찾아가게 된 글쓰기 모임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글을 모르는 사람들 여섯 명에게 보여주었다. 그 모임은 각자 써온 글을 차례로 읽고 감상평을 나누는 형식이었다. 나는 선생님이 아닌 누군가가 내가 쓴 문장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말해준 경험이 전혀 없었기에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처음 느끼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떨리고도 불안한 마음은 학교 축제에서 연극 공연 무대에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순간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다만 그 연극은 내 것이 아니었고 이 글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나 외에는 댈 핑계가 없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칭찬도 모두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편집자나 상사가 아니므로 글에 대한 비난은 없었고 친절하게 있는 칭찬 없는 칭찬을 짜 내주었으며 아쉬운 부분은 돌리고 돌려 짧게 전달해 주었다. 글쓰기를 서로 북돋아주기 위한 모임이니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글에서 내가 보지 못한 장점을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고 나니,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불안으로 일었던 떨림이 기쁨으로 인한 떨림이 되었다. 나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어 한참을 횡설수설했다. 누군가에게 대가도 악의도 없는 칭찬을 받아본 것이 얼마만이었는지. 아니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오롯이 혼자의 결심만으로는 하나의 글을 완성하지 못한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글쓰기 모임을 계속 찾고 참여하고 있다. 혼자서는 메모장이나 일기장에는 보통 흘러나오는 단편적인 생각들을 메모해 두는 정도다. 그 사유를 문단과 문단의 엮음으로 자아내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약속한 마감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이 글도 그렇다.
그리고 어떻게든 마무리한 글을 읽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나를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했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쓰지 않는다. 그 사람이 나를 모를수록 좋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아무런 선입견 없이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나조차도 책을 읽기 전에 날개에 적혀 있는 작가 이력을 열심히 살펴보면서, 나의 독자들은 나를 좀 몰랐으면 하다니. 이 숨고 싶은 마음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하지만 그 덕에 나는 친구에게도 엄마에게도, 가끔은 내게도 하지 못하는 솔직한 마음을 적을 수 있다. 제3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의무감으로 생각을 순서대로 풀어내다 보면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 감정이나 그 원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그렇게 나를 몰라 나를 판단하지 않을 사람들 앞에 나의 숨겨왔던 조각을 비추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공감을 표현해 줄 때 나는 내 일부를 더 귀하게 바라보게 된다. 결국 나를 이루기 위해서는 계속 누군가를 위해 쓰는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지금은 그렇게 보인다.

지금의 오도록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독서모임에서 파생된 글쓰기모임임을 자랑하듯, 이번 주제는 책 제목으로 정했다. 책의 제목을 이루는 단어와 문구 자체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었다. 책을 소재로 서평이 아닌 글을 쓴다는 것은 신선한 접근방법이었다. 오히려 이미 읽어본 책의 제목을 주제로 쓸 때 책 내용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더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난다.
읽는 사람이 모두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쓰는 사람은 모두 읽는 사람이라고 한다.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안녕하세요. 저희도 읽는 사람들 입니다. 모쪼록 각 꼭지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우리의 글도 재미나게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이상진

타고나기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해 본업이 오도독 모임장이냐는 소리를 듣는 직장인이 되었으며 그만큼 사람들과 어울리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다수가 모이는 자리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깊게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며, 익숙하기 편안한 만남도, 낯설기에 기대되는 만남도 좋아한다. 나와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을 만나며 나의 세상을 무한정 넓게 확장하기를 원하기에 오늘도 어떤 만남이 있을지 기대하며 이 글쓰기 모임을 기획하게 되었다.

강은솔

배달음식 중에서는 치킨을 가장 좋아하며, 순살치킨 보다는 뼈치킨을 선호하고, 새로나온 치킨들 보다 처갓집 치킨을 좋아하는 편이다. 겨울엔 수면잠옷을 입는데 주로 10월 중순부터 수면 잠옷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겨울이 10월 부터라고 생각한다. MBTI 어플에서 이상한 사령관 그림이 그려진 성향이 나오지만, 스스로 ENTP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고 다니며 안 믿는 척 하면서 은근히 MBTI를 믿는다. 어학공부, 글쓰기, 독서, 운동 등 멋져보이는 행동을 동경하고 질투하지만 막상 유투브 세상에서 나오기 어려워 갓생을 실천이 어려운 편이다.

윤음

마음은 급한데 생각은 많아서 시간을 쓰고 맙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라 믿으며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고자 씁니다. 사랑과 사람은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삶을 음미하고 쓴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만일

요즘은 추워서 달리기는 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생면파스타를, 소설과 저축을 좋아합니다. 표지에 이름 석자를 박아두고 글을 쓸 용기가 없어 대신 필명을 쓰기로 합니다. 보통 상념이 많고, 가끔 상기하고 싶은 생각은 다이어리와 메모장과 책귀퉁이에 적어둡니다. 그렇게 여기저기 흩날리는 조각을 한 페이지에 담아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서그냥

글 쓰는 걸 좋아하지만 글을 쓰지 않는 모순적 게으름뱅이. 그럼에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 매년 내년에는 글을 더 쓸 것이라며 다짐하고 희망적으로 기대한다. 나서야할 때와 참아야할 때, 꿈을 꿀 때와 현실을 받아들일 때, 이해할 때와 공감할 때, 판단할 때와 인식할 때를 구분하고 싶어합니다.

이현우

프로그래머 입니다.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좋습니다. 단어를 고를 때 당신이 생각난다면 더욱 좋습니다. 우리가 남긴 문장 안에서, 쓰여진 글자 수 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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